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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3.15본문
Part 03. 역사의 증인들
Chapter 09. 장사(壯士) 삼손
1) 여호와의 손길
신, 구약을 통하여 여호와께서 당신의 사람을 내세워 택한 백성을 다스리시는 모습이 곳곳에 기록되어 있지만, 오늘은 삼손의 행적을 더듬어보고 그 배후에 가려 있는 여호와의 섭리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옛날 구약시대에는 선지자를 내세워 당신의 백성을 치리하시고 신약시대에 와서는 성령을 보내어 역사하고 계시는데, 이것을 가리켜 하나님의 정치, 곧 신정(神政)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않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릴 수는 없다. 너희는 여호와께서 다스린다.”(삿8:23)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방인 미디안의 손에서 건져낸 사사 기드온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들의 임금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기드온이 그들에게 한 말입니다.
저들이 죄를 범하자 여호와께서 미디안의 손에 7년 동안 넘겨주어 곤욕을 당하게 했던 것입니다.(삿6;1) 저들이 진심으로 회개하자 여호와께서는 사사 기드온을 내세워 미디안에 쳐들어가게 했는데,
이때 여호와께서 기드온이 거느린 장사 3만여 명을 300명으로 줄여서 출정하도록 한 것은 이들이 자기 힘으로 미디안 사람을 쳐부쉈다고 자긍하여 여호와의 권능을 저버리지 않을까 염려하셨기 때문입니다.(삿7:2)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이렇게 다스리는 것입니다.
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구약시대에 여호와께서 당신의 백성을 다스리실 때에는 언제나 저들이 당신을 공경하여 선지자의 말에 순종하면 축복을 내리시고, 반대로 당신을 멀리하여 선지자의 말을 따르지 않고 곁길로 가면 채찍을 내리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삼손에게서도 이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바알을 섬기고 여호와를 버리므로,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사 블레셋 사람의 손에 파시매 … 그들이 그 해부터 이스라엘 자손을 학대하니.”(삿10:6-8)
이런 일들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여러 차례 거듭되었습니다. 죄를 지었다가 회개하고, 회개했다가는 죄를 짓고, 이것이 그들이고 또 인간입니다. 그들은 이번에도 회개하여 모든 이방 신들을 제하고 여호와에게로 다시 돌아왔습니다.(삿10:16) 그러자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측은히 여겨 블레셋의 손에서 건져내기로 작정하셨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참된 회개는 “내가 이러저러한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입으로만 뇌까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여호와께 회개한 증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회개란 마음속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주님에게 사과하면 되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즉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표시가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워낙 연약하여 주님에게 자주 범죄하며, 따라서 누구를 막론하고 잘못을 시정하는 회개가 없을 수 없지만, 자기 딴에는 회개한 줄 알고 있는데 주께서 알아주시지 않는다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 우상을 섬긴 죄로 말미암아 이방인 블레셋 사람들의 압제를 받게 된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다는 증거로 우상을 모조리 치워 버렸습니다.
여호와께서 저들이 이방인에게 무참히 당하는 것을 측은하게 여긴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입다와 함께 하시면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여러 번 하나님을 배반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들을 40년간 블레셋에 붙이셨다가 저들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내기 위해 택한 종이 삼손입니다.
그는 단 지파에 속하는 마노아의 아들로, 그의 어머니는 본래 자식을 낳지 못해 늘 걱정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어떤 사람이 나타나 장차 하나님의 일꾼이 될 아들을 낳게 될 터이니 머리를 깍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삿13:5)
여기 어떤 사람이란 하나님의 사자이며, 머리를 깍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한 것은 그 머리에 하나님의 정기가 깃들어 크게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삼손에게는 머리카락이 큰 보배였습니다.
삼손은 천사의 예고대로, 이삭이나 세례 요한처럼, 오랫동안 잉태하지 못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힘이 장사였습니다. 맨주먹으로 사자를 염소 새끼 다루듯 하는가하면, 당나귀의 뼈다귀로 이스라엘을 관할하고 있던 블레셋 사람 천 명을 때려눕히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물론 여호와께서 삼손과 같이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삼손의 기도에 여호와께서는 즉시 응답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삼손이 목이 몹시 말라 하나님께 고했더니, 하나님께서 천사를 시켜 우묵한 곳을 쳐서 물이 솟아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삿15:19)
이때 블레셋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하여 삼손을 눈의 가시처럼 미워하는 한편, 어떻게 해서든지 삼손을 없애 버리려고 벼르는 것이었습니다.
2) 삼손과 들릴라
삼손과 들릴라의 이야기는 요새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하므로,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줄 압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화면에 나타난 아슬아슬한 사건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기 때문이지, 결코 그 영적인 의미를 깨닫고 깊은 감동을 받기 때문이 아닙니다.
들릴라는 삼손이 사랑한 블레셋 여자입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동족인 블레셋 사람들의 앞잡이가 되어 삼손을 꼬였습니다. 즉 돈(은 1천1백 냥)에 팔려, 삼손의 초인적인 힘의 출처를 알아내어 블레셋 사람들에게 고해바치는 음모에 앞장섰던 것입니다.(삿16:6) 그리하여 들릴라는 삼손에게 어디서 그런 큰 힘이 나오느냐고 은밀히 물었습니다.
삼손은 들릴라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싱싱한 칡넝쿨로 온몸을 동여매면 자기는 힘을 못 쓴다고 속였다가 금방 그 거짓말이 드러나고, 다음에는 새 밧줄로 전신을 결박하면 힘을 못 쓰게 된다고 했다가 또 거짓말이라는 것이 탄로 나고,
나중에는 자기의 머리칼을 위선에 섞어 짜면 맥을 못 쓰게 된다고 했다가 또다시 그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들릴라가 크게 화를 내고 토라지는 바람에 삼손은 한참 망설이다가, 그만 실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즉 내 머리카락이 잘리면 힘이 빠져 꼼짝 못하게 된다고 사실대로 말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삼손의 큰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호와의 비밀을 이방 여인에게 발설했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하나님을 위주로 살지 않고 자기 본위로 행동했던 것입니다. 들릴라가 삼손을 재운 다음 그의 머리칼을 밀어 버렸더니, 하나님의 신은 삼손에게서 떠나고 삼손은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갔습니다.
삼손이 이 방 기생을 건드려도 묵인했던 여호와께서(삿16:1) 당신의 감춰진 언약을 이방 여인에게 알린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하시고자 하는 일에 큰 지장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삼손은 완전히 무장해제를 당한 포로 신세가 되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신이 원수 삼손을 우리 손에 붙였다.”(삿16:23)고 손뼉을 칠 만도 합니다. 하나님을 멀리하면 으레 마귀가 가까이하게 마련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결박하여 옥에 가두고 노리갯감으로 삼았습니다.(삿16:25) 당나귀 뼈 하나로 블레셋 사람을 천 명씩 무더기로 때려눕히던 장사가 하루아침에 손발이 묶여 저들이 두 눈알을 빼가도 꼼짝 못하다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입니까? 모두가 하나님을 노엽게 한 데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삼손의 비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신도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것을 가만히 보고만 계시지 않고, 조만간 손을 쓰셔야 했습니다. 잠자코 계시면 무능한 하나님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옥에 갇힌 삼손을 큰 공회당에 끌어내어 꼭두각시 다루듯이 창피를 주자 삼손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습니다. 거기에는 블레셋의 모든 방백(方伯)들과 남녀 합쳐서 지붕에만 3천 명 가량의 블레셋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입니다. 삼손은 큰 돌기둥에 몸을 의지하고 여호와께 간구하였습니다.
“하나님이시여, 당신의 삼손이로소이다.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어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저에게 힘을 주옵소서. 이 회랑을 풍비박산을 내어 저의 두 눈을 빼간 저들과 함께 저도 그 자리에 묻히기를 원합니다!”
삼손이 기도를 마치자 삼손에게 힘이 솟아나 돌기둥이 쓰러지고 지붕이 내려앉아 안에 있던 사람들은 삼손과 함께 무더기로 매장되고 말았습니다.(삿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