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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5.09본문
Part 04. 진리의 샘
Chapter 19. 우리에게는 전진이 있을 뿐이다
오늘 이곳 개봉동에 또 한 척의 우리 ‘에덴호’가 출범(出帆)하게 된 것을 충심으로 경사스럽게 여기는 동시에, 이 방주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신 분들에게 이 단상을 빌어 치하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날이 갈수록 우리 성회가 모든 애로를 헤치고 이와 같이 곳곳에 들어서게 된 것은, 위로는 주께서 길을 열어 주시고 아래로는 여러분들이 음으로 양으로 힘써주신 덕택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하늘에서는 이 자리를 유심히 내려다보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제단은 오늘날 가버나움 회당 못지않은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나는 우리 제단이 하나 둘 늘어갈수록 좋아하기에 앞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 이영수가 하는 일이 아니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제단은 주의 것입니다. 주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나는 어떻게 해야 주의 마음에 들까 하는 것이 항상 염려됩니다. 혹시 이 제단을 이끌어 나가기에 인격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지 않나 해서 나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제단이 숫자적으로 늘어나는 것만 기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주의 뜻을 받들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즉 주께서 무엇을 우리에게 원하고 계신지 알아, 그 뜻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우리는 주님께 달라고만 했습니다.
‘내가 괴로우니 편히 해 주십시오, 내가 궁하니 풍족하게 해 주십시오, 내가 억울하니 위로해 주십시오.’ 이처럼 주님으로부터 복을 받기 위해 우리는 기도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주님께 좀 드려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주님의 소원을 풀어 드릴 때가 온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려주시고, 우리에게 진리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으며, 죽어도 죽지 않는 길로 인도해 주시기까지 했습니다. 이 밖에도 영적으로는 물론 육적으로도 보이게 안 보이게 꾸준히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각자 자기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보답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 무엇을 달라고 조르기 전에 무엇을 해 드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제단은 이를테면 인간개조(人間改造)를 하는 공장입니다. 여기서는 내가 주 안에 있어야 하고, 주가 내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 있는 곳에 주가 계시게 되고, 주 계시는 곳에 내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의 것이 아니고, 여러분의 마음이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믿음은 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사상이나 감정을 버리고, 대신 주의 사상과 감정을 가져야 합니다. 이때 우리 거죽은 인간이지만, 속에는 주의 신이 좌정해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이런 탈바꿈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가리켜 거듭난다(重生)고 합니다. 즉 중생이란 내 것을 다 주께 드리고, 주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비로소 우리가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구속한 주 만 보이도다.” 하고 부르는 찬송이 그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개봉동에 또 하나의 제단을 마련한 목적은 이런 탈바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 제단은 일종의 물물교환(物物交換) 시장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도 내 것을 줘야 상대방의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영의 시장에서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 주고받기)의 관계가 성립됩니다. 그런데 이 주님과의 거래는 속된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호혜원칙(互惠原則)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값싼 것을 주고 주의 값진 것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편에서는 그처럼 큰 횡재가 있을 수 없고, 주의 편에서는 그보다 더 큰 선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죽을 것을 주고 살 것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성도를 가리켜 ‘빚진 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주께 아무리 갚아도 다 갚을 길 없는 엄청난 은혜를 받은 빚쟁이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에게 부도수표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증수표를 드려야 합니다.
우리는 ‘에덴호’라는 같은 배에 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푯대가 같습니다. 지금은 이 배가 협소하지만, 이 배를 하나의 발판으로 삼아 이곳 개봉동 일대의 어둠을 환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장과 선원의 호흡이 맞아야 합니다.
즉 선장이 뱃머리에서 그때그때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상황에 따라 키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선원들도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선장은 오른쪽으로 키를 돌렸는데, 선원들은 왼쪽으로 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파선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적인 항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앞에는 바람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으며, 사나운 파도가 우리 배를 삼키려 합니다. 우리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깨어서 우리에게 도전해 오는 모든 적대 세력을 꺾어야 합니다.
만일 개봉동 제단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물론 그 책임의 대부분은 선장에게 돌아가겠지만, 여러분도 주님의 꾸지람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말하자면 ‘운명 공동체’입니다. 하나로 뭉쳐 싸웁시다. 그리고 이깁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밤낮 주님에게, 이것 해주십시오, 저것 주십시오, 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만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주의 뜻을 헤아려 주님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 드려야 할 때입니다. 개봉동 제단이 문을 연 오늘을 계기로 여러분과 내가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하여, 다 함께 해 뜨는 영적 가나안 복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쓰기를 바랍니다.
(개봉동 지회 개회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