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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24본문
Part 03. 승리의 대열에서
Chapter 30. 내가 걸어온 발자취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이 어려운 시기에 오직 이 길이 참 길이라는 믿음 하나로 우리는 자리를 같이하여 이처럼 모였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나 자신이나 말씀을 듣는 여러분도 지금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애로에 부딪쳐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이 역사는 과거의 하나님의 사람들이 움직이던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또 내가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다만 말씀만 전했을 뿐, 내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맡게 되어 단에서 이와 같이 외치고 있는지, 그 경위와 사연을 여러분은 잘 모르실 것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내가 지난날에 걸어온 발자취를 잠깐 더듬어 보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는 내가 손쉽게 남달리 은혜를 받아 이렇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내가 많은 은혜를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거저 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은 하나님과 주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며, 결코 사람 앞에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백 사람이 다 칭찬을 해 줄지라도 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앉은 자라면 주님 앞에서는 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예수를 얼마나 착실히 믿느냐 하는 척도는 외형적인 껍데기가 아니라, 속사람이 여호와를 얼마나 간절히 찾아 의지하느냐 하는 데 달려 있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기독교에 몸담은 것은 열여섯 살 때의 일입니다. 그때까지 나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구역질이 나도록 보기 싫어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꼴이 해괴망측한 것을 여러 번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경북 김천에서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중풍환자로 고생해 오는 가운데, 하루는 박태선 장로가 무슨 병이든지 척척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교회에 나가는 식구들을 따라 나도 교회에 나갔던 것입니다. 이때 나는 아버님 병만 고치면 교회는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날 교회에 나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내가 앉아 있는 마루가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몸까지 화끈거리기에 이상하여 손으로 마루를 만져 보았더니, 내 옆에 앉은 사람의 마루는 찬데 내가 앉은 자리는 뜨뜻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에 내 코에서 갑자기 분 냄새가 나기에, 어떤 여자가 분을 바르고 온 줄 알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주위엔 여자라고는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상하구나 생각하면서 그것이 무슨 영문인지 알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교회에 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집에서는 오랫동안 우상을 섬겨 왔으며, 점을 치러 갔더니 서울로 이사 가라고 하기에 김천에서 서울 전농동으로 셋방을 얻어 이사하였습니다.
그동안에 아버지의 병을 고치는 데 하루에 만 원, 이만 원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그리하여 가산은 탕진되고, 심지어 내가 갖고 있던 책까지도 팔아먹는 형편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조금도 차도를 보지 못하고, 어머니와 형과 나 그리고 어린 동생 다섯을 뒤에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앞으로 살 길이 캄캄하여, 예수가 있다면 먹고사는 길을 열어 주시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교회에 나가 우리 식구가 굶어 죽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새벽 예배에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니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제 나도 아비 없는 자식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이모 댁에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가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네가 어디서 아버지를 찾느냐? 네 아버지는 하늘에 있느니라.” 하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리둥절하여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하늘에는 솜털만 한 구름들이 여러 점 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그저 별일도 다 보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집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터에 나가 벽돌을 나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게에 벽돌을 지고 하루에 50회 내지 60회씩 나르면, 저녁에 일당 700환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운데 살아왔습니다.
하루 700환씩 받는 품삯에서 십일조를 떼고 식구들의 입에 풀칠을 할 봉지쌀을 사고 나면 버스 값도 남지 않아, 청량리에서 동대문까지 줄곧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늘 배가 고픈지라, 길가에서 구워 파는 국화빵이 그렇게 먹고 싶어도 한 번 사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남의 심부름을 해 주고 과외 돈이라도 생기면 그대로 감사 헌금을 하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나님께 바치면 나중에 하나님께서 더 많이 갚아 주시겠지 하고 기대해서가 아니라, 적은 물질이나마 하나님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바쳤던 것입니다.
하루는 내가 우연한 기회에 장화 하나를 마련하게 되었는데, 나는 이 장화는 나보다 우리 교회의 전도사님에게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어머니더러 담당 전도사님에게 갖다 드리게 하였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매우 흡족하였습니다. 갠 날이나 궂은 날이나 한 생명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도사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도와 드렸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어느 날, 나는 여전히 다 떨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며 질퍽한 길을 젖어서 지나가다가 문득 장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 장화를 내가 신는 건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니지, 나는 혼자 몸이지만, 전도사님은 공적인 구령 사업을 하시는 분이 아닌가.’
이렇게 속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뜨거운 불이 온몸을 덮치는가 싶더니 향취가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내가 주님 앞에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하면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구나!’
어느 날 나는 어떤 우연한 인연으로 자유당 중앙당에서 사환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당대의 정계를 주름잡던 정치가들을 가까이 모시고 심부름을 하는 가운데, 어린 소견이나마 정계의 이면을 기웃거리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특히 자결한 이기붕 씨의 관에서 새어 나오는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 그 관을 내가 손수 메고 갈 때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자유당이 망하여 룸펜이 된 나는 학교 정문 앞에 앉아 학용품 행상을 하였습니다. 한번은 학교가 파하여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꾸벅꾸벅 졸던 끝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시궁창에 빠졌는데, 거기서도 여전히 졸다가 눈을 떠 보니 머리 위에서 아이들이 떼를 지어 내려다보고 놀려 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허겁지겁 일어나 물건을 대충 챙겨 가지고 집으로 와 버렸습니다. 버스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하루는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는데, 단상에서 난데없이 웬 이슬이 자욱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더욱 열심히 기도를 하면서 은혜의 연결을 받기위해 매달렸습니다. 때로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몰래 기도하다가, 그것도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면 이마로 땅바닥을 찧어 가면서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나에게 계속해서 간구하는 힘이 생기면서 오랫동안 기도하여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님에게 나도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나만 은혜를 충만히 받을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그런 은혜를 부어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나는 교회에 가나, 일터에 가나, 길을 가나, 때로는 논두렁 같은 데서 풀을 끌어안고 모기가 무는 줄도 모르고 하나님께 간구하였습니다. 이러기를 한 주일쯤 지나서 교회에 나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내 몸에 이슬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부터 나는 주야장창 은혜가 계속 연결되는 가운데, 스물한 살 되던 해에 전도사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때 나는 한평생 하나님을 위해 일할 것을 속으로 몰래 다짐하였습니다. 그래서 구의동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에서 일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교회라야 초가지붕으로 된, 다 쓰러져 가는 움막 같은 곳인데, 교인이 대여섯 명밖에 없었습니다. 냄새나는 노래기 벌레가 어떻게 많은지, 새벽에 눈을 뜨면 두어 삽씩 퍼내는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나이는 어렸지만, 내가 단상에서 설교를 하면 듣는 사람들이 저마다 여간 감동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교세가 날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한편 나는 나대로 성경 말씀을 증거할 때는 오직 하나님의 충실한 대변자가 되기 위해 지혜와 총명을 달라 하고 기도하는 것이 설교 준비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단에 섰을 때 한 번도 냉랭하니 은혜가 막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가 단에 서는 곳마다 인기가 좋고 교회가 부흥되어 다른 목회자들이 은근히 시기하고 질투하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모략중상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주님과의 교류는 더욱 빈번해지고 긴밀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나는 막연하나마 내가 장차 주님 앞에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은 일체 하지 않고 감춰 왔습니다.
나는 갖은 모략과 중상으로 목회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주님 앞에 그 딱한 사정을 고하여 주님으로부터 위로의 암시를 받고는 드디어 단에서 물러났습니다. 나는 식구들과 떨어져 종암동에 독방을 얻어 하숙하고, 호구지책을 강구하면서 다시 하나님의 일을 할 궁리를 골똘히 하였습니다.
그러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한 길밖에 없었습니다. 즉 내가 단에 서기만 하면 시기와 질투로 언제 밀려날지 모르니, 내 돈으로 교회를 새로 지으면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교회를 지을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때에도 길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익히지 못하였으니, 천생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타고난 소질이 있는 연예계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벽에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명색이 거룩한 하나님의 일을 해 오던 사람이, 또 앞으로 더욱 크게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이 이런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도 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던 끝에 달리 어떻게도 해 볼 도리가 없으므로 부득이 이거라도 해 볼까 하여, 내가 전에 시무하던 인천의 몇몇 성도님들과 상의하였습니다. 즉, 돈 좀 왕창 벌어 교회를 지으려면 연예계에 투신하는 길밖에 없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전도사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습니까. 좋도록 하시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말썽 많은 연예계 진출이었습니다. 동료 전도사이던 김해성 씨와 함께 조그마한 레코드 회사를 차리고, 레코드에 직접 취입하는 한편, 영화에도 나가 주연을 맡아 보았습니다. 그러니 회사를 운영하랴, 노래를 취입하랴, 영화 촬영에 나가랴, 직원 월급 줄 걱정, 광고료를 지불할 걱정, 해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사방에서 수표가 부도나면 이것을 막으랴, 고생만 진탕하고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교회를 지을 떼돈 번답시고 시작한 일이 결과적으로 얼굴에 먹칠만 하고, 여전히 생활에 허덕이는 가운데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간만 있으면 열심히 주님께 기도하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러자 밤중에는 주님께서 그동안에 별로 느껴 보지도 못한 성령의 은총을 주시고, 한편 꿈에나 이상 중에 하나님의 섭리에 관하여 보여 주시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상 중에 주님을 직접 만나 뵙기도 하였고, 하늘나라에 가 여호와를 알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1972년도에 주께서 나에게 특별한 계시를 주었습니다. 즉 72년 2월 25일, 주께서 나에게 하늘문을 열어 보이더니, 내 머리 위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면서 “어두운 가운데 사는 자들 중에 나를 찾는 자들이 있으니, 너는 그들을 건져서 구원의 길로 인도하라.” 하는 지시가 계셨습니다. 어두운 가운데 사는 자들이란, 은혜를 받은 후에 이를 쏟아 버리고 죄를 짓고 있는 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하늘에서 커다란 독수리가 열심히 날아가다가 힘이 빠지고 날개가 쇠약하여져서 땅에 떨어지더니,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기를, “저 독수리를 자세히 살펴보아라. 저와 같이 현재 하나님의 역사가 쇠하여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잘 살펴보니 독수리의 날갯죽지가 부러졌습니다. 이에 대하여 여호와께서 자상한 설명이 계셨지만, 이것은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 하자면 실로 끝이 없습니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차례 주께서 나에게 보여 주시고 들려주시고 또한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나는 이것을 일일이 수첩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적당한 기회가 오면 여러분에게 공개하게 될 것입니다.